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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일반

코로나19 이후 바뀐 해외학교 학생들의 생활

[학생기고문]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매우 달라졌다. 이 중에서 학생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온라인 수업일 것이다. 내가 다닌 필리핀 마닐라 국제 학교는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이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지난해 3월부터 등교를 전면 금지하였다. 그 후, 지금까지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여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긴박한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될 조짐이 보이자 병원 시설이 열악한 필리핀에서 더 머무를 수 없다고 생각한 대부분의 교민들은 서둘러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을 일 년 넘게 진행한 이 시점에서 나 같은 학생들은 역설적이게도 이제 한국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으며 대학 진학 준비에 있어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적 변화가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친구들과의 만남이다. 학교는 단지 수업을 듣고 학문적 지식을 탐구하는 장소가 아닌 또래 친구들과 다양한 교류를 통해 사회를 형성하는 장소이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친구들과의 만남이 극히 제한되었으며 수업 시간에 조별 활동도 할 수 없게 되어 더 이상 친구들과 교류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가족 외에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중단시켰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매우 떨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또한 조별 활동을 통해 기를 수 있는 협동심과 의견 조율의 방법들을 배우는데도 제한이 생겼다. 그리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각종 봉사활동과 문화활동을 접할 수 없게 된 것도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과 다른 문화를 배우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게 되었다.

 

그나마 국내 학생들은 비대면과 대면수업을 간헐적으로 함으로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만, 우리 학교와 같이 온라인 수업만을 진행하는 학교에 새로 전학오는 학생들의 경우는 새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더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이와 같이 친구들과의 만남이 두절됨으로서 학생들은 사교적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교류를 통해 습득하는 지식과 기술들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로 온라인 수업은 수업시간에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제한시키기도 한다. 오프라인 수업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을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표적으로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를 켜야 한다는 점과 선생님과의 일대일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수업시간 외에 따로 미팅을 잡아야 한다는 점들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일들은 일반적인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이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던 것들이지만 온라인 수업으로 전향한 후에는 질문과 답변이 어려워짐에 따라 수업시간 참여도를 떨어트리는 큰 요소가 되었다.

 

또한, 직접 눈 앞에서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것과 화면 앞에 앉아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후자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이 제재할 방법이 없는, 수업과 무관한 행동을 간혹 하게 만들기도 한다. 즉,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할 때 학생들이 수업을 잘 듣고 있는지 판단할 방법이 없어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는 대신 쉽게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행동은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겠지만 굳은 의지의 학생들도 전만큼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미미한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와 학생들을 관리하기 힘들어진 비대면 수업은 선생님들이 원활한 수업을 진행하는데 방해요소가 되기도 한다.

 

한국에 나와 있는 국제학교 학생으로서 한국에 머물러있는 기간이 한국 대학교를 지원할 때 문제점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며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상황에 처한 학생들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또한 갈수록 해외고를 졸업한 응시자들을 받지 않는 추세가 늘고 있는 가운데, 한국입시의 문은 점점 좁아져만 간다.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사교적 생활이 제한되고 학업적 성취를 이루기도 힘들어진 이 상황이 매우 아쉬우며, 얼른 마음놓고 학교에서 전처럼 친구들과 선생님과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할 날들이 오기를 소망한다.